조시경(趙時經, 1686~1755)의 사위인 노경문(盧絅文)이 1754년 4월 21일 보낸 이 편지에는 자식에 대한 아버지로서의 책무가 애절하게 담겨있다. 특히 두보(杜甫)의 ‘북정(北征)’을 연상케 하는 구절에는 가난한 가족의 일상을 조금이라도 구제하고자 하는 가장의 안쓰러운 모습이 담겨져 있다.

이 편지는 여러 달 만나지 못했는데, 보내주신 한통의 편지를 받고 기뻤다는 말로 시작된다. 곧바로 연로하신 어른들의 생활 형편이 어떠한지 안부를 묻는다. 이어서 노경문 자신이나 가족들도 모두 큰 탈 없이 지낸다는 소식을 전한다. 다만 아들이 어려운 지경에 놓여 이를 돕고 일을 수습하느라 경황이 없었다고 한다.

자식을 바르게 훈육하고 살 방안을 마련해 주는 것이 아비로서의 중요한 책무라는 점을 새삼 느낀다고 토로한다. 또한 그는 마음이 어지러워 다 갖춰 쓰지 못한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며 편지를 마무리한다.